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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회생활 (feat. 2년간의 법정투쟁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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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4.08.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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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김변호사 이야기

 

그 다음 공판에서 검사측 증인으로 채택된 건 그 상대남녀 2인이었어. 피해자 증인심문절차를 통해서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재판정에서 이야기하는 거지.

 

근데...하아 진짜 그 인간들 교활하더구만.

 

원래 2인 이상이 증인으로 나오면 일반적으로 분리 심문을 해. 증언의 신빙성을 위해 따로 따로 심문절차를 진행하는 거지. 한 사람이 심문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는 법정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거야. 즉석에서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근데 이것들이 그렇게 같은 날  분리심문이 진행되면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말을 짜맞출 수가 없으니까 그 여자는 유치원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다음 공판일에 나오겠다고 하고 그날은 그 남자놈 혼자 나왔더라고. 한마디로 그 날 지가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 즉흥적으로 대충 둘러댄 진술은 집에 가서 지 여친에게 그대로 학습시키겠다는 잔머리를 쓰는거지.

 

더구나 피고랑 마주치는게 껄꺼로우니 피해자 증인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을 퇴정시켜달라고 하더군. 재판정에서 구라치다가 당사자 피고인이 팩트로 바로 반격하면 말문이 막힐 수도 있으니 그걸 피하겠다는 수작이야. 한마디로 재판정에서 지꼴리는대로 지껄이고 그 내용은 집에가서 그대로 지 여친에게 암기시키겠다는 얄팍한 의도가 보이더군.

 

심문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저 자식의 개구라를 어떻게 까발릴까 고민하다가...정말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를 던졌어.

 

피고인이 유리를 들고 협박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 유리 모양이 어떻게 생겼었죠?

 

그 놈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더군.

그리곤 당황한 목소리로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안난다고 얼버무리더라고.

그리곤 기억을 떠올려볼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 기억을 짜내는 시늉을 하더군.

 

쇼하지 마라 새꺄. 들지도 않은 유리조각의 모양이 어떻게 생각나겄냐...

 

그리곤 내가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는데...그 자식...그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뭔가 자기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됐는지. 갑자기,

 

아아...이제 생각났네요. 그 유리조각.....세모 모양이었어요.

 

걸려들었군....이 새끼. 내 진짜 질문은 이게 아니거든.

방금 니가 한 그 대답... 오늘 돌아가서 니 여친에게 열씨미 암기시켜....

 

그리고 2주 뒤에 열린 공판에 그 여친이 증인으로 출석했어.

이런 저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던 중. 내가 준비한 회심의 질문을 던졌지.

 

피고인이 유리조각을 들고 위협했다는데 혹시 피해자가 그 유리조각을 어느 높이까지 들고 위협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여자가 엄청 당황해하더라고. 어느 높이까지 들었다고 해야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안 서는거지.

 

...그게 잘.

 

그럼 혹시 그 유리 모양은 어떻게 생겼던가요?

 

그랬더니 1초의 뜸도 없이 아주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라고. “세모 모양이요.”

 

그래요?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심리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위협을 느끼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하기 마련이고 따라서...만약에 피고인이 유리조각을 들고 위협을 했다면 그 유리조각과 나와의 거리,,,그러니까 피고인이 유리조각 들어서 내 얼굴쪽에 댔다던지 혹은 배를 겨냥했다던지 그런게 더 기억에 남을텐데 그런건 생각안나고 그 작은 유리조각의 모양만 그렇게 또렷이 기억나신다구요? 더구나 피고가 유리조각을 들었다면 손안에 쥐어진 부분 때문에 완전한 형태를 보지도 못했을텐데...혹시 남친이 저번공판에서  유리조각 모양을 세모꼴이었다고 증언했는데 그거 학습받으신 건가요?

 

그랬더니 그 뇬....그런거 아니라니까요! 라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니까 윤판사가 한마디 하더군

 

증인은 변호인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세요.

 

...희열을 느껴지드만. 저번 공판 때 날 그리 개무시하던 윤판사가 내 편을 다 들어주고. 

 

그리곤 점점 피해자 심문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윤판사가 그 자칭 피해자 년놈들에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갔어.

 

그 다음 공판의 증인은 우리가 채택한 증인이었어.

그 원룸의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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