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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회생활 (feat. 2년간의 법정투쟁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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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4.08.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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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변호사 이야기

 

내가 그 식당에서 그 의뢰인이 써 온 A4서류를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 중의 하나가 그 친구가 제시한 기본적인 변론방향이었어. 요약하자면 대충 이래.

 

목격자도 없는 본 사건에서 자신이 유죄로 몰리게 된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는 그 상대 남녀가 입을 맞춘 그 허위진술과 살인전과자에 씌여진 편견 때문이다. 그러니 재판에선 그 두 가지를 부수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살인전과자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여러가지 일반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는 자신의 자료들 을 재판부에다 제시해서 그 편견을 제거, 내지는 최대한 희석시켜야 한다.

 

그다음으로

그 남녀의 진술 중에서 사소한 논리적 모순이나 그들의 진술과 상반되는 사소한 증거들을 모아서 그 진술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 모범답안이었어. 비법조인이 그런 변론방향을 세울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

 

그래서 우선,

 

그 상대 남녀의 진술: 자기들은 사소한 말다툼 중이었는데 내 의뢰인이 집에 쳐들어와서

                                유리창을 깨고 난동을 부렸다.

내 의뢰인의 진술 : 위층의 유리창이 깨졌고 그걸 항의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시작됐다.

 

 

라는 양측의 상반된 진술에서 내 의뢰인의 말에 더 신빙성을 실어줄 수 있는 증언을 구해보라고 의뢰인에게 부탁했어. 주변에서 싸움이 나기 전에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는 증언이 나오면 일단 상대 남녀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으니까. 동시에 그런 증언이 있으면 그들이 제출한 2주 진단서 내용도 지들끼리의 싸움에서 생겼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말이지.

 

한편으론 사건 당일 출동한 지구대에서 촬영한 방안 유리 파편의 모양과 그 남녀가 진술한 내용. 그러니까 내 의뢰인이 들어와서 선채로 주먹으로 유리창을 깼다라는 진술을 토대로 예전 경찰 친구들을 통해서 국과수에다 분석을 의뢰했어. 그 유리 파편의 모양이 사람 주먹의 충격으로 깨진 모양이 맞는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의뢰인에게 씌워진 살인전과자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준비했어. 출소 후 성실하게 직업훈련 받고 일반 직장에 취직한 내용부터 시작해서 왠지 살인전과의 범죄자랑은 안어울리는 듯한 자료들만 쭉 뽑았지. 좋은 학교도 나오고 영어도 잘하고 게다가 그 의뢰인 형님이 알고보니 나름 유명한 성악가이자 현직 대학교수더라고. 범죄인이 양성되는 그런 열악한 가정환경이 아니라는 거지. 이 모든 자료들을 싹 다 모아서 재판부에 준비서면 제출할 때 첨부했어.

 

그러던 중 의뢰인에게서 연락이 왔어.

 

결정적인 증언자를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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