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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회생활 (feat. 2년간의 법정투쟁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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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4.08.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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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기수의 이야기

 

우리나라 형사사건선고에서 무죄판결이 왜 1프로 정도밖에 안되는 지 알아?

 

보통 형사사건의 경우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검사(수사검사)와 재판정에 들어와서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공판검사)가 달라.

 

수사검사는 당연히 사무실이 검찰청안에 있어 . 근데 공판검사는 법원으로 출퇴근해. 사무실도 법원 안에 있고. 수사는 따로 안하고 수사를 진행한 다른 검사에게서 넘어온 공소장을 가지고 재판만 전문으로 진행하는 검사다 보니 그래.

 

그래서 판사 입장에서 보면 사건에 따라서 변호인은 다 다른 사람인데 검사는 항상 같은 사람이야. 같은 건물을 쓰고 매일 얼굴 마주하고, 따지고 보면 사법연수원 선후배 사이고...심지어 사석에선 형님 동생 언니 동생 하면서 밥까지 같이 먹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그 친한 검사가 제기한 기소내용을 완전히 무시할 수 가 없는 거야.

 

실제로 2019년 법원노조에서 법원건물에 현수막걸고 시위를 한 적도 있어. 법원내에 공판검사실을 철수하라고. 한 건물안에서 판사와 검사가 상주하면서 심지어 공판검사가 판사 사무실까지 출입을 하는 상황이 판결의 신뢰성을 해친다는 거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래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맞게 검찰이 피고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빼박 증거들을 모아서 이 사람은 죄인이 맞습니다.라고 판사를 설득해야 하는데...그렇게 못하면 무죄인거고.

우리나라에선 어찌어찌해서 무리하게라도 검찰이 기소해버리는 순간, “유죄추정의 원칙처럼 피고가 변호사 사서 자기가 죄가 없다는 걸 항변해야되. 그렇게 못하면 유죄인거고.

 

그 원룸 미녀분이 써준 진술서...결국 법정 검사가 증거로 채택하는 걸 거부했어.

웃기잖아...비록 내 주장과는 상반되지만 사건의 실체적 진실 파악에 도움이 되는 자료는 없는 걸로 해달라는 거....한마디로 진실이야 어찌됐건 알거없고 난 저 새끼를 꼭 잡아쳐넣고 싶다는 의지의 피력이지.

 

이렇게 되면 그 여자분의 증언이 의미있는 법정 증거자료로 쓰이기 위해선 본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서 증인선서하고 증언하는 수 밖에 없어.

 

문제는 그 미인분에겐 두 살 짜리 갓난아이가 있어서 법정출석이 쉽지가 않았던데다가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재판에 엮이기 싫어하는 남편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어.

 

그 여자분의 증언이 꼭 필요했던 우리로서는 어떻게든 설득해볼려고 어느날 선물까지 사들고 나랑 김변이랑 그 집을 찾아갔어. (그 사이 이분들도 원룸에서 이사를 나와서 다른 아파트로 옮겼어.)

 

일단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김변이랑 그 남편이 인사를 하면서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라고.

 

혹시...우리 전에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아닌게 아니라...저도 낯이 좀 익은데....

 

바로 기억은 안나는 지 일단은 그 쯤 해두고

우리게게 여자분의 법정 증언이 왜 이리 절실한 지 한참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남편이 김변에게 묻더라고...

 

혹시 어느 고등학교..?

00고등학굔데요.

? 저도 거긴데...

? 몇회 졸업생...?

59회입니다.(남편)

57회인데.(김변)

!...그래서 낯이 익구나.(이구동성)

 

선배님! 반갑습니다.

~그래.

 

그리곤 둘이서 같이 알고 있는 선후배들 이름 나오고,,,예전 선생님들 이름 나오고....잠시후,

 

00. 선배 한 번 도와줘야지.

아 당연하죠.

 

미인분의 증언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법정 밖에서 대기했어. 김변의 말로는 아주 우아하게 들어와서 따박따박 증언했다고 하더군.

 

참고로,,,이후 그 미인부부랑 우리커플(알지? 그 페미뇬) 그리고 그 미인부부랑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또 다른 젊은부부 이렇게 세 커플이 절친이 돼서 한동안 놀러도 많이 다니고 일주일마다 돌아가면서 홈파티도 하고,,,,내 인생에서 흔치 않은 행복한 시절이었지.

 

어쨌거나 이런저런 증언도 다 끝났는데...보통 이렇게 추가적으로 채택할 증인이 없으면 다음 공판은 결심공판(검사구형, 피고인 최후진술, 선고기일지정이 이때 이뤄짐)이 되는 건데...

 

이례적으로 윤판사가 피고인 심문기일을 판사직권으로 지정하더라고. 원래 피고인심문 절차라는건 재판중에 거의 없다고 보면되. 시인 사건이면 어차피 더 이상 물어볼 것도 없고, 부인사건이면 어차피 자기는 죄가 없다는 이야기 밖에 할게 없어서 따로 피고인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거든. 그저 재판 진행중에 의례적으로 그냥 한 번 물어보고 마는거야. 피고인 인정하십니까? 이렇게....

 

근데 윤판사가 따로 피고인 심문기일을 잡았어. 그것도 아주 의미심장한 시간대로. 저녁 7.

 

모든 재판은 6시쯤에 종료되. 어차피 판사 및 법정서기, 공판검사 다 공무원이니까...퇴근해야지.

 

근데 저녁 7시면 뭐야? 하루 일과 다 끝내고 간단하게 저녁먹고 한마디로 자진해서 연장근무로 들어가서 제대로 한번 심문을 해보자는 거지. 나 한테서 들어볼 말이 많다는거야.

 

김변이 그러더라고,,,,판사가 피고인심문기일을 더구나 그 시간대에 잡는 건 자기 주변경험으로는 들어본적이 없다고......

 

한마디로 윤판사가 나란 인간과 사건에 관해 궁금한 게 많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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