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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회생활 (feat. 2년간의 법정투쟁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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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4.08.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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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김변호사 이야기

 

피해자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전치2주의 진단서가 제출된 경미한 폭행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법정서기와 법정경위까지 모두 퇴근을 미루고 보기 드문 야간재판을 진행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건,,,, 내 의뢰인과 검찰의 날카로운 대립이 그 원인이야.

 

이제는 진술의 신뢰성마저 의심이 가는 그 상대 남녀의 일방적인 진술을 토대로 의뢰인에겐 진술의 기회조차 주지않고 곧바로 공소를 제기하고 심지어 벌금조항도 없이 오로지 3년 이상의 실형만 가능한 폭처법을 적용한 검찰과,,,,

 

팩트에 기반해서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법정증언까지 이끌어 낸 내 의뢰인의 물러서지 않는 대치상황에서...

 

윤판사는 마지막으로 내 의뢰인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기위해 야간재판을 개정한 거지. 사실 이렇게 피고인심문기일을 따로 지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윤판사가 내 의뢰인의 주장에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어 있다는 방증인 셈이지.

 

검찰이 먼저 내 의뢰인에게 선빵을 날리더군.

 

합의서 작성할 때....유리조각을 들고 위협했다는 이야기는 빼달라고 한 적 있죠?

.

 

(의기양양한 표정의 검사) 이상입니다.

 

(황당한 표정의 의뢰인) 그렇게 말씀을 끝내면 안 되죠!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피고인?(윤판사)

 

검사님은 앞뒤 문맥 다 짤라먹고 마치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제가 유리조각을 들었다는 걸 주변에 기정사실로 오인하게 만드는게 목적이신가 본데.....(의뢰인)

 

검찰의 의도까지 피고인이 유추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의가 있으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세요 (윤판사)

 

그래서 내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어. 피고인이 합의 당시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실제로 행했던 일을 없었던 걸로 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측에게 상호합의서에 사인을 해줄테니 더 이상 그런 허위주장으로 자신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말의 뉘앙스가 다르다.....

 

그리고 장장 1시간 30분에 걸쳐서 윤판사와 의뢰인 사이에 질문과 대답이 오갔어.

 

그런 말이 있잖아. 하나의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수 백 가지의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다고.....왜냐면 모든 일은 서로 얽혀있으니까.

 

일테면 가지도 않은 동대문을 어제 저녁 10시에 다녀온 걸로 완벽한 구라를 칠려면 940분 쯤엔 종로를 지나고 있었어야 하고 그 길에서 마침 발생했던 대형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었어야하며 10시쯤 강남에서 사용한 신용카드내역을 은폐해야해. 한마디로 수퍼컴퓨터의 연산으로 아무리 완벽한 가공의 사실을 만들어도 진실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윤판사의 질문세례에 일말의 버퍼링이나 논리적 모순 없이 거침없이 진술하는 의뢰인의 태도에서 이미 법정 분위기는 피해자 남녀보다 의뢰인의 진술 내용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로 흘러갔어. 브라보 마이 클라이언트.

그리고 2주뒤 결심공판이 있었지.

검찰이 3년을 구형했어. 지들이 적용한 폭처법 최저징역이 3년이니 최저징역을 구형한 거지. 지들이 생각하기에도 그 이상으로 구형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었을거야.

 

마지막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내 의뢰인이 이렇게 말하더군.

 

우선 항상 자중하고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 저의 입장에서 이런 소송에 휘말린 건 죄송하다. 하지만 본 사건은 저를 공동폭행함으로써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인 상대남녀가 본인들의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벌인 무고사건에 가깝다. 부디 재판부에게 제출된 모든 증거와 증언을 충분히 검토하셔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

 

그리고 최종 선고기일이 잡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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