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사회생활 (feat. 2년간의 법정투쟁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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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첫 공판
장기수 이야기 ⓶
문을 열어준 그 미인에게 찾아온 이유를 말하니 잠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고. 들어가보니 거주자가 신혼부부인 듯 남편은 출근했고 집안엔 그 미인분과 두 살짜리 여자애가 놀고 있더군. 그 여자분은 당시 나이가 서른 한 살인가 그랬어.
혹시 그 날일 기억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밑에 층에서 벌어진 일이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내가 가해자로 몰려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더라고.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 혹시 그 날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에 대해 진술서 한 장 써 줄 수 있느냐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요. 하고 대답하더라고. 그리고는 자필로 진술서를 썻어. 그리고 진술서에 법적 효력이 있을려면 진술자의 인적사항과 신분증을 복사첨부해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두 말없이 벌떡 일어서더니 지갑에서 자기 주민등록증을 주더라고. 복사하시라고.
그래서 인근에 복사할 수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 신분증까지 복사를 했어. 오는 길에 그 딸래미에게 주는 선물까지 하나 샀고.
몇 번이나 고개숙여 감사 인사를 했지. 고맙다고. 진짜로 외모부터 성격까지....천사였어.
김변호사 이야기 ⓷
재판을 준비할수록 그리고 증거를 모아 갈수록...점점 나는 내 의뢰인의 무죄를 확신하게 됐어.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남녀에 대한 적개심이 생기더군. 그래서 바탕화면에 있는 내 의뢰인의 자료 폴더이름은 “무죄인”이었고 그 상대년놈의 자료폴더는 “개새끼들”이라고 이름 지었어. 내 의뢰인이 그 걸 보더니 웃더라고. 변호사님도 이런 험한 말 쓰시냐고. ㅋ
대구지법 형사단독으로 재판부가 배당됐어. 그런데 담당 판사가 윤0 이라는 여자 판사인데....긴장되더라고. 그 여판사가 누구나면....왜 그런 사람있잖아. 어떤 조직내에서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보니 선배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 여판사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나? 암튼 그래.... 이제 나이 삼십대 중반인데 거의 대구지법의 백설공주야. 변호사들이 그 여판사 앞에 가면 거의 일곱 난장이가 되는 그런 기분이지. 지역의 기라성같은 시니어변호사들도 그 여판사 앞에선 쩔쩔매.
드디어 첫 공판기일이 잡혔고 나는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법원내 흡연구역에서 의뢰인이랑 담배 한 대 나눠피고 씩씩하게 공판정으로 들어섰지.....